여름이 되어, 학기가 마치고, 기숙사에서 혼자 방을 사용하다가 내 방 없이 동생과 함께 방을 사용하는 본가에 돌아왔다. 네가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어 전화를 한다. 어디를 가더라도 집 안에서는 가족들이 있기에 눈치가 보이지만 용기를 내어 옷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밤이 지나도록 네 목소리를 듣는다. 에어컨 하나 없는 방에 몇시간 동안 있다 나오면 마치 찜질방에서 갓 나온 사람과 같이 온 몸이 흠뻑 젖어있었다.
어느 날은 방에서 통화하기 너무 힘들어 문 밖을 나와 통화를 하려하였다. 밤이니 시원할 것을 기대하고 나왔건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모기 떼와 찜통같은 더위가 나를 반긴다. 모기가 싫어 긴 옷을 입기에는 너무나 덥고, 안 입자니 모기가 계속해서 달려들어 네가 보고 싶은 것과 비례해 너무나 힘든 나날이었다.
그렇게 한달이 지나고, 두 달이 지났을 어느 무렵. 매미 소리가 줄어들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. 노을이 지고, 밤이 찾아오니 선선해졌음을 느꼈을 때, 너와의 통화가 원래도 행복했지만 이제는 기분 좋은 날씨와 더불어 나와 네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게 되었다.
이제는 네가 보고 싶어 옥상에 올라가면 풀벌레가 먼저 나를 반기고, 네가 나를 반긴다. 나를 괴롭히던 모기는 사라지고, 살 갖을 기분좋게 스치는 바람만이 남았다. 삶 속에서 여름 같은 고통이 와도, 가을 같은 기쁨이 찾아 올 때가 있겠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네가 보고 싶어 연락하던 그 마음은 변치 않으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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